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회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오른 상명대학교 류한수 교수입니다. 2025년 올 한 해 동안 학회를 이끌어갈 임무를 맡았습니다. 여기저기 채워야 할 구석이 적지 않은 저에게 학회장의 책무를 맡겨 주신 모든 학회원께 깊디깊은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한편으로는 크나큰 책임을 뒤따른다는 생각에 버거움도 느낍니다. 우리 학회는 우리나라의 슬라브 및 유라시아 연구를 도맡아오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활동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연구를 하며 지난 마흔 해 동안 늘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라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밑거름을 뿌려 주시고 김을 매주신 회원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언제는 안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슬라브·유라시아 연구자가 걸어가는 길은 평탄하지만은 않으며 이곳저곳에 박힌 돌부리가 눈에 띕니다. 2022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일어난 전쟁의 여파가 우리 학회 회원들에게 밀려왔고 연구 활동에도 여러모로 쉽지만은 않은 환경을 조성한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전쟁이 선포되면 진실이 그 첫 희생자가 된다”는 금언이 있는데, 실제로 온갖 허위와 기만이 기승을 부리며 진실을 감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고개를 떨구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진실을 가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터입니다. 전쟁이 유라시아 대륙에서 말 그대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전 세계를 뒤흔들며 그야말로 심원한 변화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변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도 비껴가지 않습니다. 이 파고를 견뎌내고 오히려 그 파고에 올라타서 더 크고 넓은 진리의 바다로 뛰어드는 일에 우리 학회가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참신한 시각으로 새로운 사태를 바라보려고 애쓰는 길 말고는 다른 왕도가 따로 있지는 않을 듯합니다. 회원 여러분이 위축되지 않고 도리어 신이 나서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2025년 올해에 학회 집행부가 힘을 모으고 합치겠습니다. 저도 우리 학회의 빛나는 전통에 흠집이 가지 않도록 열심히 뛰고 애쓰겠습니다. 모쪼록 애정 어린 눈길로 살펴보아 주시고, 미진한 구석이 있으면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한국슬라브·유라시아학회 회장 류한수.